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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화 리뷰

10년 전과 지금, 드라마 속 여성 주인공의 변화

by 이코노미미즈 2025. 7. 31.

10년 전과 지금, 드라마 속 여성 주인공의 변화

수동에서 주체로, 사랑에서 자기서사로

서론 

K-드라마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 여성 캐릭터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재창조해왔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은 단순히 외형적 변화가 아닌, 여성 주인공의 정체성과 역할, 서사 안에서의 위치 자체가 급격히 진화한 시기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많은 드라마에서 여성 주인공은 사랑과 가족을 위해 희생하거나, 남성 주인공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성이 서사의 중심에 서서 갈등을 주도하고, 삶의 선택권을 스스로 행사하는 주체적 인물로 변모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10년 전 K-드라마 속 여성 주인공의 주요 특징2020년대 이후 변화된 여성 캐릭터의 서사적 위치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한국 드라마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성숙해졌는지, 그리고 그 흐름이 콘텐츠 산업과 시청자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본다..

 

10년 전과 지금, 드라마 속 여성 주인공의 변화

 

 

1. 2010년대 초반 – 사랑과 희생, ‘완벽한 여자’의 틀

① ‘시크릿 가든’(2010) – 자립적이나 결국은 로맨스 중심

길라임(하지원)은 스턴트우먼이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인물로,
자립적이고 강한 여성 캐릭터의 전형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드라마 전체 구조는 여전히 재벌 남성과의 관계 속에서 인물의 가치와 행복이 결정되는 구조다.
결국 ‘강한 여성’이라는 외형은 설정일 뿐, 로맨스가 모든 갈등을 덮고 서사의 종착점이 된다.

②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 – 귀엽고 순종적인 캐릭터

‘구미호’ 캐릭터는 사랑스럽고 순진한 존재로,
주도적이라기보다 보호받는 존재로 이상화된 여성상이다.
이 시기의 많은 여성 주인공은 여전히 연애 서사의 판타지를 실현하는 도구로 소비되었으며,
그 감정선은 스스로 개척하기보다 상대의 선택에 의존하는 구조였다.

 

 

2. 전환기 – 다양해지는 직업과 현실적 설정

① ‘미생’(2014),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 – 커리어 중심 여성의 등장

2014년 이후부터는 일과 사랑을 병행하는 여성 캐릭터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에서는 여성들이 연애보다 자기 인생과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나눈다.
그들은 일터에서의 갈등, 사회적 인식, 관계 속 자아 정체성까지 포괄적으로 다룬다.

‘미생’에서는 아예 여성이 주인공은 아니지만,
안영이(강소라) 같은 캐릭터가 직장 내 성차별, 여성의 고립 등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며,
‘직장 내 여성’이라는 새로운 여성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준다.

 

 

3. 2020년대 이후 – 서사의 중심에서 ‘선택하는 여성’

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 – 다름을 가진 여성이 주체가 되다

우영우(박은빈)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다름을 겪지만 자신의 세계를 꾸려가는 독립적인 캐릭터다.
로맨스 요소가 포함되어 있음에도, 서사의 중심은 연애가 아니라 자기 발견과 사회적 자립에 있다.
그녀는 도움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만의 논리와 감정으로 스스로를 선택하는 인물이다.

② ‘더 글로리’(2023) – 복수의 서사를 주도하는 강인한 여성

문동은(송혜교)은 학창 시절의 폭력 피해자지만,
단순한 피해자 서사에 머물지 않고 철저히 계획하고, 행동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수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그녀는 과거의 상처를 드러내며 연민을 끌어내기보다는, 감정을 통제하고 힘의 주체로 자리 잡는다.

이 캐릭터는 여성이 감정적 약자가 아니라, 이성적 전략가이자 서사 구조의 설계자로 변화했음을 상징한다.

 

 

4. 스토리 구조 속 여성의 위치 변화

과거 드라마는 대부분 남성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은 그 곁에서 지지하거나 변화의 계기로 등장했다.
하지만 지금의 K-드라마는 여성이 직접 문제를 일으키고, 갈등을 겪고, 해결책을 주도한다.

이러한 변화는 ‘남성 중심 서사’에서 ‘여성 서사 중심의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마인’, ‘서른, 아홉’, ‘나의 해방일지’ 같은 작품들은
여성들이 사회, 가족, 일, 정체성 문제를 직면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장면을 주요 서사로 구성한다.

이제 여성은 누군가의 아내, 엄마, 연인이 아니라 하나의 완전한 세계를 가진 주인공이다.

 

5. 왜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 사회와 산업의 구조적 요인

● 사회적 인식 변화

한국 사회는 2010년대 후반부터 젠더 인식, 성평등 담론, 여성 연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흐름은 자연스럽게 콘텐츠에도 반영되어 더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요구하는 시청자층이 증가했다.

● 플랫폼의 다양화

OTT(넷플릭스, 티빙 등) 플랫폼은 전통적인 지상파의 검열과 시청률 논리를 넘어서,
실험적이고 복합적인 여성 서사 제작을 가능하게 했다.
덕분에 기존보다 더 독립적이고 복잡한 여성 캐릭터들이 주인공으로 전면 등장할 수 있게 되었다.

 

결론

10년 전 한국 드라마의 여성 주인공은 주로 사랑, 희생, 수용의 이미지를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선택, 주체성, 독립성이 핵심 키워드가 되었다.
여성 캐릭터는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서사를 이끄는 힘 그 자체로 재구성되었고,
이는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여성의 위치와 가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